▣ 잡글

[영화이야기] 인생은 아름다워 (1997) La vita è bella

서기오 2021. 11. 26.

※ 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보지 않았고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은 뒤로 가기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1997) Life Is Beautiful, La vita è bella
장르: 코미디/전쟁
국가: 이탈리아 
상영시간: 116분
상영등급: 전체관람가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주연: 로베르토 베니니(귀도), 니콜레타 브라스키(도라), 조르지오 칸타리니(조슈에)

살면서 '사는 게 뭘까?'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인생이 뭔지, 인생의 참 의미가 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늘 고민하고 갈등하며 살다 보면 나이가 훌쩍 들어버린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답은 알지 못하는 것 같아 허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불가에서는 부처님 말씀을 따라 인생 고해(人生 苦海), 즉 인생은 괴로움의 바다라고 합니다.

요즘처럼 경제문제로 오늘 당장 어려운 것도 힘든데,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더 힘들게 다가올 때면 정말 인생은 괴로움의 바다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의 우리 모습보다 훨씬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인생은 아름답다'고 역설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감독과 극작가로도 활동하는 이탈리아의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가 1997년 각본과 감독, 주연까지 맡아 열연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로, 베니니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제목처럼 인생이 아름답다고 동의할만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인생은 아름다운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유대인 청년 귀도는 이탈리아인 교사 도라를 보고 첫눈에 반해 계속 따라다닙니다. 그녀를 볼 때마다 귀도의 인사는 '공주님 안녕하세요?(Buon giorno Principessa!)'인 데, 간질간질한 이탈리아어 발음이 지금도 귓가에 맴돕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라는 소꿉친구로 약혼까지 했던 남자가 아닌 귀도와 결혼하고 요즘 표현으로 '귀염 쩌는' 아들 조슈에를 낳습니다.

그러나 전쟁(2차 세계대전)은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고, 귀도는 결국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는데, 도라는 유대인이 아님에도 남편과 헤어질 수 없어 수용소행을 자원해 따라갑니다.

남자 수용소에 같이 수용된 어린 아들 조슈에에게 귀도는 수용소도 놀이라며 잘 숨어서 참고 견디면 전차를 선물로 받게 될 것이라고 다독이며 아이에게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합니다.

패색이 짙은 독일군은 유대인 포로들을 모두 몰살시키기로 해, 귀도는 조슈에와 도라를 데리고 탈출하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조슈에는 감춰두고 시선을 끌다 독일군의 총에 죽습니다.

그리고 숨어있던 곳에서 아침에 나온 조슈에가 본 것은 연합군의 전차였고, 조슈에는 드디어 게임이 끝나 상품을 받은 줄로 믿습니다.

전차에 올라타 이동하던 조슈에는 엄마를 발견하고 '엄마, 봐! 우리가 이겼어!'라고 소리 지르고, 오랜만에 아들과 재회한 엄마는 아들을 들어 올리며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에서 한국사람 정서로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이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아들만 혼자 나타났으면 남편이 죽었다고 짐작할 수 있을 텐데 아들을 안으며 환하게 웃는 도라의 모습과 영화의 제목 '인생은 아름다워'가 도무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목이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이해가 됐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많은 삶의 군상들. 추운 겨울 길에서 과일과 채소 몇 개로 좌판을 꾸려 노점을 하는 젊은 아낙네가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을 보며 참 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 옆에서 담요에 폭 싸인 채 놀다가 엄마에게 뭔가를 말하고 엄마와 미소를 주고받는 아이와 그 엄마의 행복한 표정을 볼 때에도 '그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게 일을 하고 완전 파김치가 돼서 돌아간 집에서 어린아이가 두 팔을 벌리며 '아빠!' 또는 '엄마!'하고 밝게 웃을 때에도 하루의 피곤함은 사라지고 '그래, 인생은 아름답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선천적인 질병으로 팔다리 없이 태어난 이가 좌절하지 않고 홀로 일어섰을 뿐 아니라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힘내라고 격려하는 모습을 볼 때에도 '맞아,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돈 때문에 힘들고, 일 때문에 지치고,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비밀이 하나 있는데, 인생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만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 잡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퍼펙트 게임 옥의 티  (0) 2021.09.28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0) 2021.09.28

댓글